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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좋은시] 장정일-충남 당진 여자

by Healthy Sunny 201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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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여자 

 

                             장정일

 

어디에 갔을까 충남 당진 여자

나를 범하고 나를 버린 여자

스물 세 해째 방어한 동정을 빼앗고 매독을 선사한

충남 당진 여자 나는 너를 미워해야겠네

발전소 같은 정열로 나를 남자로 만들어준

그녀를 나는 미워하지 못하겠네

충남 당진 여자 나의 소원은 처음 잔 여자와 결혼하는 것

평생 나의 소원은 처음 안은 여자와 평생 동안 사는 것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

처음 입술 비빈 여자와 공들여 아이를 낳고

처음 입술 비빈 여자가 내 팔뚝에 안겨주는 첫 딸 이름을

지어주는 것 그것이 내 평생 동안의 나의 소원

그러나 너는 달아나버렸지 나는 질 나쁜 여자에요

택시를 타고 달아나 버렸지 나를 찾지 마세요

노란 택시를 타고 사라져버렸지 빨개진 눈으로

뒤꽁무니에 달린 택시 번호라도 외워둘걸 그랬다

어디에 숨었니 충남 당진 여자 내가 나누어준 타액 한 점을

작은 입술에 묻힌 채 어디에 즐거워 웃음 짓니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두 사람이 누울 자리는 필요없다고

후후 웃던 충남 당진 여자 어린 시절엔

발전소 근처 동네에 살았다고 깔깔대던 충남 당진 여자

그래서일까 꿈속에 나타나는 당진 화력 발전소

화력기 속에 무섭게 타오르는 석탄처럼 까만

여자 얼굴 충남 당진 여자 얼굴 그 얼굴같이

둥근 전등 아래 나는 서 있다 후회로 우뚝 섰다

사실은 내가 바랐던 것 그녀가 달아나주길 내심으로 원했던 것

충남 당진 여자 희미한 선술집 전등 아래

파리똥이 주근깨처럼 들러붙은 전등 아래 서 있다

그러면 네가 버린 게 아니고 내가 버린 것인가

아니면 내심으로 서로를 버린 것인가 경우는 왜 그렇고

1960년 산 우리 세대의 인연은 어찌 이 모양일까

만리 장성을 쌓은 충남 당진 여자와의 사랑은

지저분한 한 편 시가 되어 사람들의 심심거리로 떠돌고

천지간에 떠돌다가 소문은 어느 날 당진 여자 솜털 보송한

귀에도 들어가서 그 당진 여자 피식 웃고

다시 소문을 미래의 내 약혼녀 귀에도 들어가

그 여자 예뻤어요 어땠어요 나지막이 물어오면

사랑이여 나는 그만 아득해질 것이다 충남 당진 여자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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