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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시2

[좋은시] 게리소토 -오렌지 -게리소토 처음 여자아이와 함께 걸었을 때 난 열두 살이었고 추웠고 웃옷 안주머니에 든 오렌지 두 개가 무거웠지 12월 그녀의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발 밑에서 살얼음이 갈라졌고 입김이 내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지 날씨와 무관하게 밤이나 낮이나 현관 전등이 노랗게 불타고 있는 곳 개는 나를 보고 짖었고 그녀는 밖으로 나와 장갑을 끌어올렸지 얼굴이 연분홍색으로 밝게 빛났지 나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거리로 데려갔지 중고차 매장과 일렬로 늘어선 새로 심은 나무들을 지나 한 상점 앞에서 숨을 돌렸지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고 작은 종이 울리자 주인 아주머니가 상품들이 진열된 좁은 복도에 나타났지 나는 관중석처럼 늘어선 사탕들 앞으로 가서 그녀에게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물었지 그녀의 눈에는.. 2015. 5. 18.
[좋은시]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잘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젊음의 내용이 질투 뿐이었다니, 주변인의 성공과 성취를 시기와 질투로 바라본 내 모습이 떠오른다. 201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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