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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문정희 -응 응 - 詩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2015. 5. 18.
[좋은시] 유인숙-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유인숙 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메어야 할 짐이 있다면 찡그린 얼굴로 돌아서거나 버거워하지 않는 삶 하찮은 것조차 기뻐하는 삶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때로는 그 삶의 무게만큼 기울어져 힘이 들어도 나에게 주어진 몫이거니 기꺼운 마음으로 순응하고 싶다 사랑을 가슴으로 품고 주고 또 주어도 달라하지 않는 소망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의 눈빛을 보며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되고싶다 슬픔도 안으로 끌어안고 기쁨도 가슴에 담을 줄 아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노래할 줄 아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참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2015. 5. 18.
[좋은시] 게리소토 -오렌지 -게리소토 처음 여자아이와 함께 걸었을 때 난 열두 살이었고 추웠고 웃옷 안주머니에 든 오렌지 두 개가 무거웠지 12월 그녀의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발 밑에서 살얼음이 갈라졌고 입김이 내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지 날씨와 무관하게 밤이나 낮이나 현관 전등이 노랗게 불타고 있는 곳 개는 나를 보고 짖었고 그녀는 밖으로 나와 장갑을 끌어올렸지 얼굴이 연분홍색으로 밝게 빛났지 나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거리로 데려갔지 중고차 매장과 일렬로 늘어선 새로 심은 나무들을 지나 한 상점 앞에서 숨을 돌렸지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고 작은 종이 울리자 주인 아주머니가 상품들이 진열된 좁은 복도에 나타났지 나는 관중석처럼 늘어선 사탕들 앞으로 가서 그녀에게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물었지 그녀의 눈에는.. 2015. 5. 18.
[좋은시] 류시화 -물안개 물안개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 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2015. 5. 18.
[좋은시] 장정일-충남 당진 여자 충남 당진 여자 장정일 어디에 갔을까 충남 당진 여자 나를 범하고 나를 버린 여자 스물 세 해째 방어한 동정을 빼앗고 매독을 선사한 충남 당진 여자 나는 너를 미워해야겠네 발전소 같은 정열로 나를 남자로 만들어준 그녀를 나는 미워하지 못하겠네 충남 당진 여자 나의 소원은 처음 잔 여자와 결혼하는 것 평생 나의 소원은 처음 안은 여자와 평생 동안 사는 것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 처음 입술 비빈 여자와 공들여 아이를 낳고 처음 입술 비빈 여자가 내 팔뚝에 안겨주는 첫 딸 이름을 지어주는 것 그것이 내 평생 동안의 나의 소원 그러나 너는 달아나버렸지 나는 질 나쁜 여자에요 택시를 타고 달아나 버렸지 나를 찾지 마세요 노란 택시를 타고 사라져버렸지 빨개진 눈으로 뒤꽁무니에 달린 택시 번호라도 외워둘걸 그랬다 어.. 2015. 5. 18.
[좋은시]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잘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젊음의 내용이 질투 뿐이었다니, 주변인의 성공과 성취를 시기와 질투로 바라본 내 모습이 떠오른다. 2015. 5. 18.
[좋은시] 자크 프레베르 -고엽 박웅현 TBWA CD의 라는 책을 읽고, 책에서 나온 좋은 구절, 글귀, 시, 노래 등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아래는 책 내용 중 소개된 샹송 의 원작시, 자크 프레베르의 의 일부이다. ------------------------------------------------------------------------------------- 자크 프레베르 오, 기억해주오 우리가 연인이었던 그 행복했던 날들을 그 시절 삶은 아름다웠고 태양은 오늘보다 뜨겁게 타올랐다네 죽은 잎들은 하염없이 쌓이고 너도 알리라, 내가 잊지 못하는 걸 죽은 잎들은 하염없이 쌓이고 추억도 회한도 그렇게 쌓여만 가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 모든 것을 싣고 가느니 망각의 춥고 추운 밤의 저편으로 너도 알리라, 내가 잊지 못하는 걸.. 2015. 5. 18.
[좋은시] 담쟁이 - 도종환 박웅현 작가의 를 읽던 중 발견한 좋은시, 함께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주는 시 같다. --------------------------------------------------------------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201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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