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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11

[좋은시] 유인숙-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유인숙 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메어야 할 짐이 있다면 찡그린 얼굴로 돌아서거나 버거워하지 않는 삶 하찮은 것조차 기뻐하는 삶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때로는 그 삶의 무게만큼 기울어져 힘이 들어도 나에게 주어진 몫이거니 기꺼운 마음으로 순응하고 싶다 사랑을 가슴으로 품고 주고 또 주어도 달라하지 않는 소망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의 눈빛을 보며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되고싶다 슬픔도 안으로 끌어안고 기쁨도 가슴에 담을 줄 아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노래할 줄 아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참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2015. 5. 18.
[좋은시] 게리소토 -오렌지 -게리소토 처음 여자아이와 함께 걸었을 때 난 열두 살이었고 추웠고 웃옷 안주머니에 든 오렌지 두 개가 무거웠지 12월 그녀의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발 밑에서 살얼음이 갈라졌고 입김이 내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지 날씨와 무관하게 밤이나 낮이나 현관 전등이 노랗게 불타고 있는 곳 개는 나를 보고 짖었고 그녀는 밖으로 나와 장갑을 끌어올렸지 얼굴이 연분홍색으로 밝게 빛났지 나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거리로 데려갔지 중고차 매장과 일렬로 늘어선 새로 심은 나무들을 지나 한 상점 앞에서 숨을 돌렸지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고 작은 종이 울리자 주인 아주머니가 상품들이 진열된 좁은 복도에 나타났지 나는 관중석처럼 늘어선 사탕들 앞으로 가서 그녀에게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물었지 그녀의 눈에는.. 2015. 5. 18.
[좋은시] 류시화 -물안개 물안개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 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2015. 5. 18.
[좋은시] 장정일-충남 당진 여자 충남 당진 여자 장정일 어디에 갔을까 충남 당진 여자 나를 범하고 나를 버린 여자 스물 세 해째 방어한 동정을 빼앗고 매독을 선사한 충남 당진 여자 나는 너를 미워해야겠네 발전소 같은 정열로 나를 남자로 만들어준 그녀를 나는 미워하지 못하겠네 충남 당진 여자 나의 소원은 처음 잔 여자와 결혼하는 것 평생 나의 소원은 처음 안은 여자와 평생 동안 사는 것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 처음 입술 비빈 여자와 공들여 아이를 낳고 처음 입술 비빈 여자가 내 팔뚝에 안겨주는 첫 딸 이름을 지어주는 것 그것이 내 평생 동안의 나의 소원 그러나 너는 달아나버렸지 나는 질 나쁜 여자에요 택시를 타고 달아나 버렸지 나를 찾지 마세요 노란 택시를 타고 사라져버렸지 빨개진 눈으로 뒤꽁무니에 달린 택시 번호라도 외워둘걸 그랬다 어.. 201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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